버김제 첫 번째 기록 : 나태한 작업자들

버김제 첫 번째 기록 : 나태한 작업자들
두 눈을 부릅 뜨고 나태를 마주하라!
보고 있나, 김 선생!

버김제 첫 번째 기록

두 명의 작업자들은 나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두 작업자의 시각은 나태를 강요당하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나태해진 사람, 개인적이고 오래된 나태와 사회적인 상황에 의해 발생된 일시적 나태, 나태의 겉면과 속살의 비대칭 등으로 대비하여 해석하고 표현한다.

첫 번째 작업자는 현재 상황에서 개인들이 사회적으로 억압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본다. 집 밖에서의 활동은 제한되었고, 여행도 취미도 모임도 자유롭지 않다. 더불어 경제적인 활동 역시 멈췄기 때문에 이직이나 이사와 같은 이동이 모두 제한당하였다. 그들은 사회적 상황에 의해 수동적으로 나태해지고 나태를 강요당하였다. 멈춰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태해짐으로써 마주하게 된 문제들이 있다. 물결이 잔잔할 때에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부유물처럼, 어떤 쓰레기처럼 부패한 문제들이 사회의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강요된 나태는 문제 상황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동시에 개인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유선 작가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이며 편집하지 않고 선택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사고하는 행위를 나태로 정의하고, 강제된 나태에 빠진 개인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 모습을 구현하였다.

두 번째 작업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나태, 즉 자연적 나태를 관찰하였다. 그는 오래된 것, 층층이 쌓여 있는 것,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자연,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더이상 인간이 만들지 않아도 스스로 가치와 목적을 생성하는 사물들, 자극의 단위들이 겹겹으로 단단히 묶여 마치 한 권의 책과 같이 무거운 게으름에 대해 표현한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나태들은 하나의 행동을 복제하여 생산하고 다시 반복한다. 꾸준하고 오래된 반복 행위에는 변화가 없지만 그 행위의 결과물들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시간 단위로 새로운 가치들을 생성한다. 현예름 작가는 개인적이며, 개인에서 발생하며, 자연적이며, 가장 자연스러운 반복 행위와 차이 생성으로서 나태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를 실험하였다.

서로 다른 면의 나태를 모티프로 하였지만 결국 두 작업자는 같은 결말에 도달한다. “나태한 상태와 나태라는 행위는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으른 작업자들은 작업 주제에 너무나도 충실한 나머지 나태가 생성하는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만족할 만큼 구현해내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태의 현상과 속성에 대해 관찰하고, 이어지는 작업에서도 나태를 쭉- 지속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후속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